"인호야, 너는 세상에서 뭐가 제일 좋아?"
녀석의 눈은 언제나 고요했다. 놈은 물결 하나 없는 잔잔한 호수 같은 눈 안에 오롯이 나를 담았다. 아니, 나만 담았다.
"그건 갑자기 왜?"
"궁금해서."
생각을 알 수 없는 표정과 대비될만큼 순진한 물음은 가끔씩 지금처럼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내가 좋아하는거? 내가 좋아하는게 뭐가 있지? 몇 가지를 떠올리던 나는 건반을 뚱땅거리며 시큰둥하게 답했던 것 같다.
"피아노."
"......"
"넌 뜬금없이 이런건 왜,"
"....피아노."
그가 내뱉는 피아노라는 단어에 온 몸에 소름이 돋았던건 결코 내 착각이 아니었다. 건반 위에 올려진 내 손을 무심하게 쳐다보던 유정은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건조하게 입술을 열었다.
"대답이 틀렸어."
같은 나이의 소년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이 공기까지 얼어붙게 만들었다. 째깍이는 초침소리, 창문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 그 와중에도 눈치없이 음을 짚던 내 손가락. 모든것이 움직이는 그 가운데 유정 혼자 멈춰있었다.
본능적인 감각들이 내게 위험을 알렸다. 그러나 치기 어렸던 열 여덟의 나는 그 경고들을 애써 무시했다. 그 때 내가 그 신호를 알아차리고 도망쳤더라면, 아니 애초에 내가 정답을 말했더라면 지금의 너와 나는 예전처럼 마주보고 웃을 수 있었을까? 놈의 채점은 냉정했고, 오답의 결과는 참혹했다.
(+)
집착계략공 유정 ㅠㅠ 죠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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