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았다. 아니 닮은 수준이 아니다. 짧게 깎인 머리와 몸에 붙어있는 근육들, 조금 더 그을린 피부라는 것 외에 한지용과 유시진은 같은 사람이라 소개해도 한치의 의심도 없이 믿을 정도로 똑같았다. 




"제 얼굴에 뭐 묻었습니까?"





적당히 능글맞은 물음에 태오는 그제야 바보처럼 벌어져있던 입을 다물었다. 너무 놀란 바람에 인사도 없이 얼굴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단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제가 좀 잘생기긴 했지만 그렇게 쳐다보시면 부끄럽습니다." 


"......." 


"농담인데 웃질 않으시네." 


"일단 앉아요." 





접견 테이블로 시진을 안내한 태오는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아 손에 쥐고 있는 종이를 내려다보았다. 특수부대 대위, 알파팀 팀장, 유시진. 종이 속에 적힌 인물은 제가 알던 지용과는 백팔십도 다른 사람이다. 말간 얼굴로 형, 태오 형, 저를 부르던 한지용과 특수부대라는 단어는 조금도 매치가 되지 않았다. 






"저를 부르신 이유가 뭡니까?" 






입술을 늘려 빙긋 웃어보인 시진은 빠르게 사무실을 캐치했다. 신진물산 조태오 실장. 친한 선배의 부탁으로 일단 이 곳에 오긴 했지만 대기업 막내 아들이 자신을 만나고 싶어하는 이유는 여전히 짚이지 않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빙빙 돌리는거 질색이니까."


"아주 쿨하십니다." 


"우리 회사 들어와요. 자리는 봐둘게요." 






당황하는 얼굴까지 완벽하게 닮아있었다. 태오는 숨죽인 채, 담담히 시진을 바라보았다. 아니, 시진에게서 그와 닮은 지용을 찾았다. 우유냄새가 날 것 같던 뽀얀 피부와 동글동글 강아지 같던 눈, 도톰한 입술. 태오 형 하고 부르며 해사하게 웃던 얼굴.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는데. 꿈에도 한 번 찾아오지 않던 독한 놈을 눈 앞에서 마주하고 있으려니 식은땀까지 흘렀다. 


조태오가 사랑하던 한지용은 강에서 익사했다. 신진 장학재단에서 후원을 받던 그는 누구보다 똑똑하고 착했던 모범생이자 유일하게 태오를 아껴주던 사람이었다. 한지용이 세상에서 사라진 이후부터 태오는 손 쓸 수 없을만큼 망가졌다. 가끔씩 참지 못할만큼 지용이 보고싶어지면 술에 취해 제 팔뚝에 주사기를 꽂았다. 환각을 쫓을만큼 그가 그리웠다. 안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제 몸을 돌보지 않는 이유는, 이렇게 망가진 상태로 쓰러져 있으면 예전처럼 그가 나타나 자신을 구제해 줄 것만 같아서였다. 


그리고 태오에게 정말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우연히 보게 된 뉴스에서 시진의 얼굴을 얼핏 본 순간, 태오는 미친 사람처럼 티비 화면을 붙잡고 손만 덜덜 떨었다. 드디어 미쳐버린걸까? 그러지 않고서야 죽은 네가 보일 리가 없잖아. 사람을 시켜 시진에 대해 조사하고, 그의 사진과 동영상을 모두 본 이후에도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 그를 이 곳까지 부른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실제로 보고 싶어서. 유시진을, 아니 한지용을. 





"실장님도 농담 참 재밌게 하십니다."


"농담으로 들려요?"


"........"


"나 그런거 하는 사람 아니에요." 


"농담이 아니라면 곤란한데."







태오의 대답에 시진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귓볼을 검지로 긁었다. 






"여기가 면접 시험장인 줄 알았으면 오지 않았을 겁니다. 제가 사무직은 워낙 적성에 안 맞아서. 뭐 쓰고 적고 이러는 거 딱 질색이지 말입니다."


"유시진 씨한테 나쁜 제안은 아닐텐데." 


"........"


"몸 편하고, 환경 쾌적하고, 급여도 대위 월급보다는 많이 받을텐데. 아, 생명 수당 받죠? 그거 두 배로 쳐줄게요." 


"제가 이렇게 보여도 날로 먹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제안은 정말 감사하지만 사양하겠습니다." 








차 잘 마셨습니다. 커피잔을 내려놓은 시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내 얘기 안 끝났는데 어디 가요?" 






태오는 손에 쥔 찻잔을 벽으로 던져버리고 싶은 것을 필사적으로 참아냈다. 해를 거듭할 수록 더러워지는 성질은 시도 때도 없이 불처럼 들끓어오른다. 






"유시진 씨. 그 쪽이 군인이라 이 쪽 방면에 어두운 것 같은데 지금 이게 어떤 뜻인지 모르겠어요? 그 쪽 목숨 담보로 걸고 받는 돈, 내가 그냥 주겠다구."


"제가 조태오 실장님 제안을 받아들여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이유가 왜 필요해요? 내가 명령하잖아요. 그럼 그 쪽은 그냥 따르면 돼요." 


"실장님이 군대를 안 다녀오셔서 이 쪽 방면에 어두우신 것 같은데 돈 때문에 이 직업 택하는 사람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저는 제 직업이 좋고, 자랑스럽습니다. 그래서 합니다. 그리고 전 국가의 명령만 따릅니다. 명령이 하고 싶으시면 저 말고 실장님 애완견한테 하시면 됩니다.






따박따박 지지 않고 쏘아붙이는 시진 때문에 급격히 피로감이 몰려왔다. 






"그 쪽이 해요, 그럼. 내 애완견." 


"아이고, 머리야." 


"서명 안 하면 못 나가요. 밖에 내 경호원들 쭉 대기중이거든." 


"협박도 하십니까?" 


"어우 설마요. 협박만 할까. 더한 짓도 해요, 저는." 


"듣고 있으려니 무서워 죽겠습니다.


"그래요, 죽을 수도 있구요." 







시진의 표정이 싸늘하게 바뀐 것은 순식간이었다. 단번에 태오 앞으로 다가간 시진은 아까와는 사뭇 다른 미소를 건 채, 태오의 턱을 잡아올렸다. 





"조태오 씨. 사람 죽여본 적 있습니까?"


"......." 


"죽게 만든 거 말고, 실제로 죽여본 적 있는지 묻는겁니다."







태오는 대답 대신 매서운 눈으로 저를 바라보는 시진과 눈을 맞췄다. 







"사람을 많이 죽여본 사람은, 죽음이 겁나지 않습니다." 


"......." 


"언제든지 나한테도 찾아올 수 있는 순간이니까. 저도 그렇습니다. 죽음을 자주 접하거든요.


"지금 나랑 고해성사해요?" 


"아니, 내가 경고하는거야 너한테." 


"너?" 


"요 며칠동안 나 따라다니면서 사진 찍던 사람들. 그거 네가 보낸거지?"


"......."


"무슨 이유로 나한테 접근한 건지 모르겠는데 봐줄 때 얌전히 찌그러져 있." 








톤이 낮아진 목소리가 섬뜩하게 태오의 귓가에 울려퍼졌다. 태오는 괜히 오싹한 기분이 들어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안 그러면," 







멍멍. 잡고 있던 태오의 턱을 놓아준 시진은 언제 살벌했냐는 듯 다시 웃는 얼굴로 돌아와 장난스럽게 강아지 소리를 흉내냈다. 







"저한테 물립니다. 전 애완견보다는 미친개 쪽이라서." 






맥이 탁 풀려 버렸다. 이마에 핏줄이 설 만큼 억지로 웃는 표정을 지어낸 태오가 무어라 반격을 하기 전에, 요란한 소리와 함께 사무실 문이 열렸다. 






"팀장님!" 


"어어?" 


"괜찮습니까?" 







건장한 사내들을 밀치고 뛰어들어온 것은 부팀장 대영이었다. 







"아니, 서 상사가 여긴 어쩐 일로?" 


"삼십 분 넘어도 안 나오면 구하러 오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언제부터 제 말을 그렇게 잘 들으셨습니까? 여기가 무슨 전쟁터도 아니고, 번듯한 회사인데."






각 잡힌 자세로 서있는 대영에게 가볍게 눈을 흘긴 시진은 태오에게 짧게 목례했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래요. 다음에 또 연락하죠." 


"다음 약속은 없습니다. 정 만나고 싶으시면 입대하시면 됩니다." 


"뭐라구요?" 






태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시진은 몸을 돌려 여전히 멀뚱멀뚱 서있는 대영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역시 정장 입은 사람들이랑은 말이 안 통합니다. 빨리 저 좀 데리고 나가십시오." 


"아깐 왜 왔냐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제가 언제 그랬습니까? 말 지어내는 게 수준급이십니다." 







태오는 티격태격거리며 나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유리컵을 던졌다. 아아악. 내면의 짜증이 기어이 바깥으로 표출되었다. 한참을 씩씩대던 태오는 사이 좋아보이던 두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며 거칠게 앞머리를 쓸어넘겼다. 외모를 제외하고 본다 한지용과 유시진은 하나부터 열까지 닮은 점이 하나도 없었다. 






"어이가 없네."







이왕 이렇게 눈에 띌 거면 좀 비슷한 모습으로 나타나지 그랬어. 누구를 향한 원망인지 모를 탄식을 내뱉은 태오는 소파에 기대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곁에 둬야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렇게라도 보지 않으면 정말 죽을 것 같으니까. 





(+)


크눈 한지용, 베테랑 조태오, 태후 유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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